누구나 암묵적으로 자신의 관점을 지니고 있고, 이
관점을 적용하여 일상적인 선택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신이 지닌 관점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일관성 있게 가다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많은 사람의 관점이 치열한 고민과 성찰의 결과 생긴 것이라기보다 성장과정에서 전통의 영향이나 부모나 선생님 등
주변의 권위적 존재들의 영향, 또는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했던 선택들을 사후에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선택에는 일관성이 결여되고 통일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일관성이 결여되더라도 평소의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데는 별문제가 없지만, 결혼이나 직업의 선택과 같이 개인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일수록 뚜렷한 관점의 결여 때문에 혼란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내 스스로 정립한 관점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관점에 따라 선택을 하다 보면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의미를 느끼기 힘들게 되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허무한 느낌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형식적으로는 분명 내가 한 선택이지만, 선택의 기준이 되었던 관점이 나의
의식적 결정에 의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에 의해 수동적으로 형성된 것이다보니, 실질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하여
선택해 준 것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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