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3일 화요일

세종문화회관 건물의 가치와 개축

"광화문 앞은 전통적으로 관아건축이 들어서는 곳으로 그 나름의 위상이 있어요. 점잖은 시아버지라면 두루마기도 입고 갓도 쓰고 그래야 되는 것처럼 이쪽 건물은 품위를 갖춰 정장을 해야 돼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야 할 것은 갖춰야지 날라리 베레모 같은 건축은 안 어울립니다.

건축은 어디든 그곳의 정서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겁니다. 코르비지에를 위시한 현대건축이 국제적으로 유행해서 아프리카 미국 남미 아시아 모두 두부모 자른듯 똑같은 건물일색으로 획일화 되었지만 거기에 자기특유의 칼러가 없으면 멋이 붙질 않아요. 같은 서울이라도 동대문 밖에서는 사람을 찾을 때 '여보게에-- 있나아---' 하는 어조가 있잖아요. 사투리 없이 표준말만 있어도 매력이 없습니다. 경상도 전라도엔 감나무가 많듯 그런게 끼어야 정서가 살고 생활에 멋이 붙어요.

난 서양건축을 배웠지만 지역칼라도 정서도 없으면서 모던, 모던 하는 데 질렸습니다. 후기 모더니즘이 제창된 것도 옛 원칙의 소중함을 아주 잃어버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럽 중세건축의 돔은 지금 용도가 없는 공간이긴 해도 돔을 만들어 넣는 현대 서양건축이 나옵니다. 우리도 계승할 건축적 자산이 많습니다. 난 그걸 열심히 연구합니다. 제가 설계한 건물엔 완자무늬, 격자무늬, 추녀, 기둥, 창문 같은 고건축에서 따온 것들이 들어갑니다. 한국은 아직도 근대건축이 기승부리는 국적없는 건축이고 건축의 식민지 같아요."



"[김유경의 문화기행 '서울, 북촌에서']<32> 건축가 엄덕문과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②", 김유경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