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3일 화요일

장자

소요유편
1-1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은 곤이다. 곤의 크기는 몇천리나 되는 모른다.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은 붕새이다. 그 붕새의 등허리는 몇 천리나 되는지 모른다. 솟구쳐 날 때 그의 날개가 마치 하늘을 덮은 구름과 같았다. 이 새는 바닷물이 출렁일 때 (일어나는 바람을 타고) 남쪽 바다로 날아가고자 한다. 이 남쪽 바다는 천연으로 이루어진 큰 호수이다.
 
1-2 『제해』는 괴이한 일을 기록한 책이다. 『제해』의 말에 이르기를 “붕새가 남해로 날아갈 때 (두 날개로) 수면을 후려치니 물보라가 삼천 리나 치솟고 회오리바람처럼 휘돌아 구만리나 올라챈 뒤 여섯 달을 날아가서야 쉬게 된다”고 하셨다. 야생마와 같은 아지랑이와 날아다니는 먼지는 생물들이 숨결로 불어낸 것이다. 하늘의 짙푸름이 그의 진정한 빛깔인가? 아니면 멀어서 그 끝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인가? 붕새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에도 이와 같을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물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큰 배를 실을 힘이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대청의 오목한 곳에 물을 한 잔 부으면 지푸라기가 그의 배가 되고 여기에 술잔을 놓으면 바닥에 붙어버리는 것과 같으니, 물은 얕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바람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대붕을 실을 힘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붕새가 구만리 높이 날아오르는 것은 구만 리 두께의 바람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뒤라야 바람에 의지할 수 있으며 등에 짙푸른 하늘을 짊어지되 그것을 막을 자가 없는 뒤라야 비로소 남녘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3 말매미와 작은 비둘기가 그를 비웃어 말했다. “내가 훌쩍 날아 느릅나무, 박달나무로 솟구쳐오르되 때로 그에 이르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버리기도 하는데 무엇 때문에 구만 리 높이 올라 남녘으로 가고자 하는가?” 푸른 풀 우거진 들로 나아가는 것은 세 끼 밥을 가지고 그날로 돌아와도 배가 그래도 든든하고, 백 리를 여행하는 사람은 밤새워 방아 찧어 식량을 마련하고 천릿길을 여행하려는 사람은 석 달의 식량을 마련해야 하나니, (말매미와 작은 비둘기) 이 두 벌레가 또 무엇을 알겠는가?
 
1-4소지小知는 대지大知를 모르며 수명이 짧은 것은 수명이 긴 것을 모르나니 무엇을 가지고 그러함을 알겠는가? 조균朝菌은 아침과 저녁을 모르며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을 모르나니 이것은 수명이 짧은 것이다. 초楚나라의 남쪽에 명령이라는 나무가 있으니 오백 세로써 봄을 삼고 오백 세로써 가을을 삼으며, 상고에 대춘이라는 남가 있으니 팔천 세로써 봄을 삼고 팔천 세로써 가을을 삼았다. 그러나 (겨우 칠백 세밖에 살지 못한) 팽조가 오늘날 오래 산 것으로 특별히 유명하여 뭇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하니 슬프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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